1100억이나 쓰고도…텅텅 빈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입력 2024-01-31 18:25   수정 2024-02-08 17:20

11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된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사진)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콘크리트 구조물 누수 문제로 불편을 겪는 상인들은 시설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10월부터 1년간 공중보행로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예측치의 5~23% 수준으로 나타났다. 평일 퇴근길에 찾은 청계·대림상가 3층 일대 공중보행로를 다니는 사람은 오후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20명에 불과했다. 해당 구간은 총 네 개 상가 건물(세운, 청계·대림, 삼풍·PJ호텔, 인현·진양)을 잇는 1.4㎞ 길이의 공중보행로 중 상권이 그나마 발달한 곳이다. 같은 시간 영업 중인 가게 여섯 곳에는 손님이 다섯 팀뿐이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때 1109억원을 들여 세워졌다. ‘호랑이 카페’ ‘이멜다 분식’ 등 소문난 맛집이 있는 청계·대림상가 보행교는 하루 평균 3000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진양상가 쪽으로 갈수록 통행량이 1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상가와 연계되지 않은 삼풍상가·PJ호텔 구간은 하루 통행량이 800~900명으로 2017년 계획 수립 당시 예측치의 6% 수준에 그쳤다.

세운~청계·대림상가 보행 데크 옆 난간 쪽에 만든 청년 창업 공간 ‘큐브’도 공실이거나 입주한 기업이 있어도 대체로 불이 꺼져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총 36개소 중 26개소는 입주 중이며 나머지 10개소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상인들 사이에선 보행로 누수로 인한 피해가 커 차라리 공중보행로를 철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계상가 1층에서 15년째 음향기기 판매점 인터엠을 운영하는 송하경 대표(67)는 “날씨가 따뜻할 때는 2층 보행 시설에서 물이 뚝뚝 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은 “공사 당시 상인들이 시설물에 방수액을 칠해 달라고 서울시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하단부에 대충 작업하고 만 것으로 안다”고 거들었다.

감사원은 공중보행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오는 4월 말께 나오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가 구체적인 철거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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